백만원을 순삭당하고 지노의 바로 위에 위치한
객실로 힘없이 들어옵니다
역시나 여느때와 다를게 없구나 하하
헛웃음만 나옵니다
이후의 세세한 기억은 사실 거의 소실돼 있습니다
억지로 살을 붙여 쓰고 싶어도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워낙 오래된 이야기이고 최악의 참사로 기억에 남기에
망각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한 덕분일 겁니다

그저
이후에.. 전 로스액 천만원을 채우게 됩니다
다이사이 룰렛 기계
멀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뿐..
일주일을 예약한 객실은
남은 2~3일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선택을 합니다
3~4일만에 돈 천만원을 또 잃은 것이죠
아주 허무하게
아주 지리멸렬하게
아주 잠깐이지만 끔찍한 악몽을 꾼 것같은..

도박에 중독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마눌은 돈 몇푼 아끼겠다고 아기 기저귀를
지마켓같은 쇼핑몰에서 쿠폰얻기만을 수일 기다리며
배수의 진을 칩니다
달걀 하나를 사도 마트에서 특판문자가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립니다

어머닌 단 돈 몇푼이라도 아끼시겠다고..
거의 매일을 김치를 포함한 이~삼찬에
콩나물쪼가리 몇가락 든 국에 매끼니를 때우시면서도..
일산에 뵈러 가면 저에겐..손주들에겐..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진수성찬을 후다닥 준비하십니다

이런걸 알면서
이런걸 아는 생퀴가
돈 만원을
오만원을
심지어 십만원 삼십만원..
아무렇지 않게 기계에 쑤셔놓고 테이블에 패대기를 칩니다

이런 행동이 한두번이면 그럴수도 있다고 치겠으나
한번 열번 백번 천번
횟수가 반복될수록
이런걸 알면서도..그렇게 잘 알면서도..
무뎌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또 같은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합니다

그저 의미없는 도박중독자 쓰레기고 개차반이고
할말이 필요없는 개 상너무 종자가 될 뿐입니다

그래서 도박중독자들은 슬픕니다
외롭습니다
공허합니다
나를 사랑해주는 주변과의 괴리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담을 스스로 더 높게 쌓을 뿐입니다

이후
일상으로 돌아온 저는
회사에 조기복귀하고
악마의 성을 잊으려 무던히도 노력해 봅니다
허나 잘될리가 없습니다
이미 나의 머리와 가슴은 도박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돈을 크게 잃어서 문제인건지
하고 싶은 도박을 안하려고 억눌러서 문제인건지도
도통 모를 지경입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한
도박중독자들은
본인이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하든
조울증이란 병을 덤으로 얻고
심장은 수시로 기분나쁘게 들썩거리며
나쁜 비밀만 중첩되어 쌓이게 됩니다

여러모로
도박중독자들은 슬프고 아련하며
자신이 만든 늪에서 허우적 거리게 됩니다

[이 게시물은 베팅의민족매니져님에 의해 2022-07-31 02:51:59 출정 후기에서 이동 됨]